오른쪽을 보시게
쯔촨子川
이 얼마나 유감스러운 일인가
나는 이미 그대를 알아보고 말았네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마지막으로 육중하게 울리자
나는 그 속에서 갈라진 잡음을 알아듣고
아주 괴로워졌네
평범하고 용속한 한 무더기 어휘 속에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단어를 찾아낸다는 것은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한 법이네
하지만 이때 정반대로
나는 내 보물함에
섞여 들어온 돌멩이 하나를 발견하였지
세상 일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결코 모든 것을 알 수 없음을 혜량하시게
문을 들어설 때 안내판에 쓰여 있네: 오른쪽을 보시게
오른쪽에는 사철 푸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그 나무는 생명력이 없는 모조품이라네
-전문-
▶ 사회를 향한 언어적 탐색과 새로운 시의 질서에 대한 의미(발췌)_ 박남용/ 문학평론가
쯔촨의 위 시는 비교적 가벼운 시적 이미지를 통하여 인생의 깊은 의미를 끌어내고 있다. 이것은 시를 창작할 때 어려운 시어들이 아닌 평범한 시어들을 통하여 깊은 의미를 도출해 내는 방법으로 고전 시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이 쓰이는 것은 아마도 그의 고향이 쟝쑤 지역이라는 강남 지역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지며, 강남 사람으로서의 기질적,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까닭이라고 여겨진다. 시의 언어가 비교적 여유롭게 마치 쑤저우蘇州의 한산사의 종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속에서 우리 인생의 잡음을 듣고 괴로워하는 시적 자아의 모습을 상상한다. 평범하고도 용속한 어휘 속에서 자신만의 단어를 찾아내고 싶은 시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데 거기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물함 속에서 돌멩이 하나를 발견한다. 이 돌멩이도 저 나름의 쓰임새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문을 들어설 때 게시판에 쓰여 있는 '오늘쪽을 보십시오'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그 오른쪽에는 사철 푸른 나무인 상록수가 있는데 그것은 생명 없는 모조 나무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유감스런 일일까. 시인은 역설적으로 또 다른 풍경을 보면서 우리로 하여금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의미를 찾게 해준다.생명 없는 것에서 푸른 생명을 찾으며 하찮은 돌멩이 하나 속에서도 무한한 진리가 숨겨져 있는 가능성을 찾고 있다. (p. 시 70/ 론 9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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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2020-3월호 <기획성/ 21세기 중국 현대 시인들>에서
* 쯔촨子川/ 본명 장룽치아張榮彩, 필명 효석曉石, 曉然효연, 석야石也 등, 1953년 쟝쑤江蘇 가오유高郵 출생, 시집 『나가지 못하는 오지』『당신을 석벽에 박는다』『쯔촨 시초』『수변서水邊書』『가상의 과거』『미각적 시운感苦的詩韵』등, 장쑤성 중화시학연구회 부회장과 소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겸임교수 등
* 박남용/ 1968년 충북 옥천 출생, 저서 『중국현대시의 세계』『한중 현대문학 비교연구』, 시집『소레 포구에서』, 역서『낙인』『빅토리아 항을 지나며』(공역)『문학 타이완』(공역) 등, 現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 교양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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