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琴瑟
이상은(당나라, 812-858, 46세)
琴瑟無端五十絃 금슬을 열어보니 공교롭게 오십 줄
一絃一柱思華年 줄마다 기둥마다 젊은 날이 생각난다.
莊生曉夢迷胡蝶 장자가 잠 깨어 나비였나 혼동하듯
望帝春心託杜鵑 꿈만 같았던 내 청춘 두견새로 변해
애타게 부르던 봄인 양 가버렸지
滄海月明珠有淚 슬픈 일도 있었지,
창해의 달빛 아래 진주인 듯 눈물인 듯
藍田日暖玉生煙 기쁜 일도 있었지,
따뜻한 날 남전 산옥에서 연기 피어나듯
此情可待成追憶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아름다운 추억
只是當時已望然 어쩌자고 그때는 그리도 망연했던가?
-전문, (p. 62)
▶ 청동거울이라는 미학, 당경(발췌)_ 송재학/ 시인
이상은(당나라, 812-858, 46세)은 변려문과 풍려의 장치를 통하여 정밀하고 화려한 수사 주의의 극점에 도달한 시인이다. 변려문은 문장이 4자와 6자를 기본으로 한(對句)로 이어저셔 미감을 이룬 문체, '변'은 한 쌍의 말이 마차를 끈다는 뜻이고 '려'는 부부를 가리킨다. 이상은은 두목과 함께 '이두'라 불렸고, 온정균과 더불어 '온이'라는 이름을 남겼다. 이상은의 문체는 "백 개의 보석으로 만든 방과 천 가지 실로 짠 그물"이란 비유를 얻었기에 퇴폐와 유미가 마주치면서 금슬의 소리를 낸다. 당경에 이상은의 시가 겹쳐지는 것은 비슷한 감정의 토대가 있기 때문이다. 율시와 절구라는 형식이 당경의 문양과 같은 세계관, 말하자면 당경은 혹은 당경의 문양은 시적 상상력을 유발한다. 이것은 편애일까 편견일까.치 쑤저우蘇州의 한산사의하나를 발견한다. 고 있다.(p. 61- 62 )
현악의 높은 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귀가 원하기 전에 몸이 먼저 말할 때가 있는 법, 그럴 때 현악이라는 두근거림을 찾게 된다. 고음의 높이에 길들여지면, 낮은 음의 부드러움도 익속해진다. 거문고의 현을 튕기면 선율은 고음에서 떨림까지 덧없음을 재현한다. 마지막 절구 "只是當時已忘然 어쩌자고 그때는 그리도 망연했던가?"에 시인이 가졌던 애절한 공간이 있다. 부부간의 애정을 뜻하는 금슬은 거문고와 비파이지만, 여기서는 이별(사별일까 봐)과 추억이다. 생의 그림자는 일생의 안과 밖 어디나 따라오지만 결국 생과 마주친다. 허무와 신비는 이상은에 이르러 만개되었다. 젊은 날을 되짚어가는 이상은이 더듬었던 망연한 감정, 되돌아봄의 심정을 나는 당경의 내경에서 찾는다. 당경의 내구도 생활이기에 사람의 실루엣이 스며 있다. 장삼이사의 생들은 전생이나 후생처럼 서로 겹쳐지기 쉽다. 생과 생이 서로 조우하는 천진함이 교차하는 세계관이다. (p. 62-63)
<* 블로그주: 금슬무단오십현/ 일현일주사화년/ 장생효몽미호접/ 망제춘심탁두견/ 창해월명주유루/ 남전일난옥생연/ 차정가대성추억/ 지시당시이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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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2020-4월호 <사물의 생각>에서
* 송재학/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내간체를 얻다』『슬프다 플 끗혜 이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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