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상념雨天的念想
쯔촨子川
창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데
빗소리를 듣는 이들은 한 무리 또 한 무리 바뀌기만 한다
수많은 미세한 부분들은 무시당하기 쉽다
이 세상의 소리는 수없이 많고 많지만
세세하게 빗소리를 가려듣는 이는 많지 않다
은연중에 옮겨 다니는 소리는
날더러 어느 고인을 떠올리게 만든다
일방적인 상념에 내 눈시울이 약간 젖어든다
기억 저편의 어느 가을비가
어느새 소환되어
이 시각 빗소리와 뒤섞여버린다
한낱 일방적인 행위이니라
감상도 빗소리도 모두 그러하다
무익하고 무효하며 심지어 무의미하기조차 하다
-전문-
(2014년 9월 19일 금요일)
▶ 사회를 향한 언어적 탐색과 새로운 시의 질서에 대한 의미(발췌)_ 박남용/ 문학평론가
쯔촨의 시에서는 밤과 비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나타난다. 그것은 시를 쓰기 위한 가장 좋은 시간이 밤일 수도, 그것은 어두운 밤일수록 더욱 좋다. 그것은 밤이라는 시간은 바로 현실 속의 시간이 되어 어두운 시대와 현실에 대한 상징으로 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 내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비는 흐르는 물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때로는 눈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역사의 강물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작가 내면의 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밤과 물의 이미지 속에서 시인의 의식은 가장 내면 깊은 곳의 근원으로의 회귀 현상이 나타난다. 위의 시 「비오는 날의 상념雨天的念想」도 그렇다.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 대상들이 한 무리 한 무리 바뀌고 있다. 세상의 수없이 많은 소리 가운데 빗소리만 가려듣는 이는 많지 않다. 그 소리들 속에서 은연중에 고인을 떠올리며 상념에 젖게 한다. 가을비 속에 저편의 기억들이 소환되어 시인으로 하여금 깊은 상념에 젖게 한다. 하지만 이것은 무익하고 무효하며 무의미한 것으로 시인에게는 일방적인 감상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빗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명상을 하며 다시 세상의 밖으로 나와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된다. 그래서 시인의 비 오는 날의 상념은 결코 무익하고 무효하며 무의미하지 않은, 아주 의미 있는 행위가 된다. 쯔촨의 시는 이처럼 가벼운 일상의 풍경을 묘사하면서도 그 기억 저편에 있는 역사와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언어 감각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높게 평가할 만하다. (p. 시 68/ 론 1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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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2020-3월호 <기획성/ 21세기 중국 현대 시인들>에서
* 쯔촨子川/ 본명 장룽치아張榮彩, 필명 효석曉石, 曉然효연, 석야石也 등, 1953년 쟝쑤江蘇 가오유高郵 출생, 시집 『나가지 못하는 오지』『당신을 석벽에 박는다』『쯔촨 시초』『수변서水邊書』『가상의 과거』『미각적 시운感苦的詩韵』등, 장쑤성 중화시학연구회 부회장과 소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겸임교수 등
* 박남용/ 1968년 충북 옥천 출생, 저서 『중국현대시의 세계』『한중 현대문학 비교연구』, 시집『소래 포구에서』, 역서『낙인』『빅토리아 항을 지나며』(공역)『문학 타이완』(공역) 등, 現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 교양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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