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최종고_혁명 속에서 인간애를 추구한...(발췌)/ 노벨상 : 파스테르나크

검지 정숙자 2019. 3. 17. 15:32

 

 

    노벨상

 

    파스테르나크(Boris Leonidovich Pasternak,1890-1960, 70세)

 

 

  나는 덫에 갇힌 짐승처럼 끝장났다

  어딘가에 인간이, 자유가, 빛이 있을 텐데

  그러나 시끄러운 소리만이 나를 다그친다

  벗어날 수가 없다

 

  어두운 숲과 늪

  쓰러진 통나무

  나의 길은 사방으로 막혀

  무슨 일이 닥쳐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내가 무슨 더러운 일이라도 했단 말인가?

  내가 살인자나 악당이라도 된단 말인가?

  나는 내 땅의 아름다움을 써서

  온 세상이 울게 만든 것인데

 

  비록 곧 죽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때가 오리라고 믿는다

  선한 정신이 비겁하고 사악한 세력을

  물리칠 그날이 올 것을.

    -전문-

 

 

  혁명 속에서 인간애를 추구한 철학적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발췌)_ 최종고

  그는 미래파의 기관지 『레프』를 중심으로 많은 서정시를 발표하여, 러시아 최후의 순수예술과 시인으로 불렸다. 소설  『닥터 지바고』를 썼지만 흐루시초프 독재체제 아래서 출판을 못하다가 한 숨은 여성의 노력으로 1957년에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출간되었다.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이 소련 정부를 망신주기 위해 이 책을 노벨상위원회에 추천했다는 소문이 은밀하게 떠도는 가운데 195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다. 그러자 소련의 언론들은 일제히 그를 배신자라며 공격하고 나섰다. 곧 스웨덴 노벨상위원회에 수상거부 의사를 통보했지만 공격은 멈춰지지 않았다. "배신자 파스테르나크를 국외로 추방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이에 그는 흐루시초프 수상에게 "저와 조국은 한 몸입니다. 조국을 떠난다는 것은 죽음과 같습니다"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국외 추방을 면한다. 그러나 이때의 충격으로 그는 2년 후인 1960년 5월 30일 모스코바의 남서쪽 20㎞ 떨어진 작은 마을 페레델키노에서 운명하였다./ 위대한 작품을 쓴 대가로 그렇게 갔다. 정치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묵묵히 그의 무덤에 꽃을 바쳤다. 그 전 해인 1959년 1월에 쓴 「노벨상」이란 시가 당시의 심경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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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2019-봄호 <세계의 지성>에서

  * 최종고/ 2014년『서정시학』으로  시 부문/ 2016년『글의 세계』로 수필 부문 등단, 시집『괴테의 이름으로』등, 저서『괴테와 다산, 통하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