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눈사람/ 월러스 스티븐스 : 설태수 번역

검지 정숙자 2019. 3. 16. 01:54

 

    눈사람

 

    월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 1879~1955, 76세, 미국)

 

 

  서리와 눈 덮인 소나무 가지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우린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얼음 더부룩한 노간주나무를

  일월 태양의 먼 번쩍임 속의

  거친 가문비나무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그리고 바람소리 속에서,

  몇 안 되는 나뭇잎 소리 속에서,

  똑같이 황량한 데서 불고 있는 똑같은 바람 가득한

 

  대지의 소리 속에서,

  어떠한 고통도 생각하지 않기 위해선

  오랫동안 추워보았어야 한다,

 

  눈 속에서 듣는 자는,

  그리하여, 자신이 무이면서,

  거기 없는 무와 존재하는 무를 바라본다.

   -전문-

 

 

   * 블로그주: 책에 원본(p.138)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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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파 MUNPA』2019-봄호 <해외문학>에서

  * 월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 1879~1955, 미국)/ 20세기 전반기의 미국 대표 시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시론의 핵심 용어인 "최상의 허구"(Supreme Fiction)는 현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활용되었다.

  * 설태수/ 199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금빛 샌드위치』외 다수, 현재 세명대학교 영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