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정원으로 옮기며
메리 올리버
지하실에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제일 작은 뱀이 있었다.
뱀은 구석에서
똬리를 틀고
석탄에 박힌
두 개의 작은 별 같은
눈으로
나를 응시했고,
꼬리는
떨렸다.
내가 한 걸음
다가가자
뱀은 달아났다.
풀린 신발끈처럼,
그러나 나는
손을 뻗어
뱀을 잡았다.
뱀의 공포가
안쓰러워
나는 황급히
계단을 올라가 부엌문으로 나갔다.
따스한 풀과
햇살과
정원으로.
뱀은 내 손에서
자꾸 돌고 돌았다.
하지만 땅에 내려놓자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뱀이
스르르
내 다리를 기어올라
내 주머니로 들어가려나 보다
생각했다.
나는 뱀이
얼굴을 들었을 때, 한순간,
노래를 부르려나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뱀은 가버렸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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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올리버(Mary Oliver, 1935~) 미국의 시인. 14살 때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63년에 첫 시집 『항해는 없다 외(No voyage and oter poems)』를 발표했다. 1984년 『미국의 원시(American Primitive)』로 퓰리처상을, 1992년 『새 시선집(New and selected poems)』으로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메리 올리버의 시들은 자연과의 교감이 주는 경이와 기쁨을 단순하고 빛나는 언어로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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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주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 세계 명시 100선』에서/ 2017.3.30.초판1쇄-2017,4,17.초판2쇄 발행, <북오션> 펴냄
* 장석주/『월간문학』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1979년『조선일보』신춘문예 시 부문 -《동아일보》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 시집『몽해항로』『일요일과 나쁜 날씨』등 많은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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