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혹열(酷熱)/ 야에 요이치로(八重洋一郞) : 한성례 옮김

검지 정숙자 2019. 1. 20. 03:04

 

 

    혹열酷熱

 

     야에 요이치로八中洋一郞 : 한성례 옮김

 

 

  화장터는 어디에 있나요?

  하루에 몇 명쯤 혹은

  한 달에 몇 명쯤 화장을 시키나요?

 

  화장터 굴뚝에서 가만히 아슬아슬하게 오르는 연기는

  반짝반짝 빛나는 깊은 위안

  지금 타고 있는 이 사람은 지금 생과 사를 일관하는 것이다

  섬과 섬, 마을과 마을에서 내내 벗어나지 못한 삶이 여기서 하늘로

  오르는 것이다

 

  인구는 얼마쯤인가요?

  어떤 농작물을 생산하고 있나요?

  그 사탕수수는 당도가 높은가요? 그리고

  어떤 곳에서 사람을

  어떤 식으로 어떤 화장터 가마에서 태우나요?

 

  화장터 가마에서 꺼내어져

  몽글몽글 하얀 연기를 올리며

  흐릿하게 사람 형태가 드러난다

  닿지 않도록 떨어뜨리지 않도록 길고 가느다란 금속 부집게로

  그것을 줍는다

  살아생전의 모든 부정不淨을 태워버리고

  탈 만큼 타고 부서질 만큼 부서져 마그네슘과 비슷한

  빛을 명멸한다

  순환하는 생명이 어둡고 긴 시간을 거쳐 마침내 도달한

  희미한 물질

  보라! 이것이 지금 막 태어나 화상을 입을 듯

  톡톡 튀는

  뜨거운 뼈

 

  화장터는 마을 변두리의 쓸쓸한 지옥

  아무도 없는 지옥의 열기 바로 아래에서 부드러운 연기가

  하늘로 휘날리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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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층』2018-겨울호 <해외시단산책/ 오키나와(沖繩)의 시인들 2>에서

  * 야에 요이치로(八重洋一郞, 1982~)/ 오키나와 현(沖繩縣) 이시가키 시(石垣市) 출생, 도쿄도립대학교 철학과 졸업, 시집 『하이스이孛彗』『해질녘 마을』등, 시론집『시학 · 해설노트 나의 유레카』『태양 범주帆走』외 에세이집 2권

  * 한성례/ 1986년『시와의식』으로 등단, 한국어 시집『실험실의 미인』, 일본어 시집『감색치마폭의 하늘은』등, 번역서『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붓다의 행복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