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필립 들라보(Philippe Delaveau, 1950~)/ 번역 : 심지영
시간은 지난날들을 매혹시킨다
수개월, 수 시간, 수년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리
나는 감춰진 장소에 돌아올 수 없다 차가운 집과 죽은 정원에게 나는 평야의 화려함과 구름들이 달아나는 지평선에 대해 말하리라
나는 땅이고 시든 가지이니 망각의 노래와 말의 노래는 배려의 마음을 무시한다 실직한 손은 돈 한 푼 만져보지 못한 채, 나는 고통과 희망 기쁨을 알았다.
시간은 지난날들을 매혹시킨다
수개월, 수 시간, 수년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리
슬픈 새들이 추위가 오는 것을 걱정하고 하루하루는 흘러가면서 부서진다 죽음은 희미한 불빛이 켜지는 저녁에 숨어있다
겨울과 숨막히는 발소리가 다시 돌아올 것이다 길 위에서 꼼짝 않는 눈 속에서 시간은 여름의 끝에서 창백히재고,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지난날들을 매혹시킨다
수개월, 수 시간, 수년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시간은 나를 탕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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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 MUNPA』2018-겨울호 <해외문학>에서
* 필립 들라보(Philippe Delaveau, 1950~)/ 파리 출생, 시인 · 소설가 · 번역가 · 예술비평가, 1989년 기욤 아폴리네르상 수상, 2000년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 있다.
* 심지영/ 20세기 시와 그림의 관계에 대한 연구로 파리 7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음. 현재 국립방송통신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 대표 저서로는 『문학과 미술의 만남』(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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