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바리데기, 여전히 바리데기/ 정선희

검지 정숙자 2024. 11. 15. 01:47

 

    바리데기, 여전히 바리데기

 

     정선희

 

 

  한 마리 새가 날아와 앉았다 파르르 손끝이 떨렸다

 

  손 한 번 잡아준 적 없다고 울먹였다 너는 할 만큼 했어 옆에 있어 드렸잖니 엄마한테 듣고 싶은 말을 누군가 대신 해주었다

 

  엄마는 누구의 엄마였나요 왜 나는 기억하지 않았나요 돈은 아들들한테 다 물어다 주고 병든 몸을 이끌고 찾아든 새, 어딜 보느라 엄마는 나를 볼 수 없었나요

 

  나는 늘 맴돌았다 엄마의 포근한 소용돌이에 한 번이라도 젖어 들어 휘감기고 싶었다

 

  괜히 나를 낳았다고 했다 실수도 어쩌다가도 아니고 

  정말 싫었던 괜히라는 말 어느 날 괜히 버려질 것 같은 아니 어느 날이 언제인지 몰라 괜히만 키웠던 눈치의 날들

 

  엄마가 죽기 전에 꼭 물어봐야 한다

  왜 나를 주워 온 아이 취급했나요

 

  나를 버린 엄마와 나를 주워 온 아이처럼 키운 엄마

  울고 울도록 버리고 버려둔 엄마

  

  엄마 일어나 눈을 떠 장난하지 말고, 한바탕 싸우기라도 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손이 차가웠다 나를 떠밀던 온기는 어디 갔을까

 

  새처럼 떨고 있는데, 괜찮아

  괜찮아, 한 마디가 날아오른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딸이 아니라 아들을 아꼈던 어머니, '나'를 주워 온 아이처럼 버려둔 어머니, 원망을 쏟아내기 전에 세상을 떠나간 어머니, 그러나 그 어머니이 손을 놓지 못하기 때문에 '나'는 아프다. "나를 떠밀던 온기"라는 역설적 표현처럼 이 작품이 형상화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감정, 즉 원망과 사랑이다. 어머니의 손을 떠올리는 것은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환기하는데, 이는 어머니의 손이 자신을 외면했던 냉담한 손길인 동시에 자신을 보듬어주기를 바랐던 포근한 온기를 동시에 떠올리게 함을 뜻한다. 핵심은 이 모든 감정을 털어놓듯 고백한다는 것, 그렇기에 이 시의 말미에 "괜찮아"라는 한마디처럼 후련련해지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p. 시 28-29/ 론 141-142) <박동억/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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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엄마 난 잘 울어 그래서 잘 웃어』에서/ 2024. 11. 1. <상상인> 펴냄

 * 정선희/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푸른 빛이 걸어왔다』『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