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안전은 쓰레기 같은 것*/ 정채원

검지 정숙자 2024. 11. 14. 15:10

 

  안전은 쓰레기 같은 것*

 

   정채원

 

 

  오래전 부서진 누군가가

  손짓하며 부르는 듯

 

  4천 미터 해저로 들어간 거다

  23만 달러를 내고 잠수정을 타고

 

  심해 관광을 떠날 때

  사인을 했다, 쓰레기는 두고 간다고

  죽어도, 불구가 돼도, 책임 물을 일 없다고

 

  억만장자 전 재산을 세상에 남겨 두고

  몸만 떠난 거다

 

  한동안 잠수를 타다

  영영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다 아는 척

 

  언제고 동침할 수 있는 죽음이

  두근두근 떠다니는

  황홀한 심해心海에는

 

  더 이상 부서질 일 없는 난파선이 상주하고 있다

     -전문(p. 67)

 

   * 미국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톡턴 러시의 말. 그가 조종했던 잠수정 '타이탄(난파선 타이타닉 탐사용)의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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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파란』 2024-가을(34)호 <poem> 에서

  * 정채원/ 시인.1996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슬픈 갈릴레이의 마을』『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등, 디카시집『열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