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윤석산尹錫山
파도가 아무리 무서운 기세로 몰려와도
모래들은 조금도 겁내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희디흰 몸뚱일 끌어안고
파도를 견디며, 안간힘을 쓴다.
비록 작디작은 몸통이지만
수만, 수억의 몸통을 서로가 서로를
껴안는 신뢰만 있다면
아무리 사납게 밀려드는 파도라도
그만 나뒹굴며 허연 거품으로
널브러지고 마는구나.
이내 모래알 사이 온몸 스미어 숨죽이고 마는구나.
-전문(p.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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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파란』 2024-가을(34)호 <poem> 에서
* 윤석산尹錫山/ 1967년《중앙일보》신춘문예(동시) & 1974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로 등단, 시집『절개지』등, 저서『동학교조 수운 최제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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