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로즈 삼각형
정우림
표정이 자주 흔들리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바늘에 걸린 물방울이 튀어 오르고
찌를 던지고 기다리는 것은 오히려 떨림
물의 심장이 되어 출렁이는 구름
수면의 셔터가 번쩍,
그늘이 없는 감정의 마디가 휘청인다
물의 각이 어긋날 때 물고기와
잠시,
만났다
헤어진다
수면이 찰랑
메아리 번져 간다
-전문-
해설> 한 문장: '펜로즈 삼각형'은 이와 같은 정우림 시인의 시적 상상력이 응축되어 있는 대표적인 오브제라고 할 수 있다. 에셔의 판화 그림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대로, 펜로즈 삼각형은 3차원의 현실에서는 성립이 불가능한 구조를 오히려 평면의 2차원에서 구현한 것을 대표한다. 이는 2차원에 그려져 있지만 3차원의 공간 개념을 부여해야만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또한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일 뿐이라는 모순의 상황에 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펜로즈 삼각형을 대할 때 우리는 언제나 그것이 존재하는 2차원을 초월하게 되는 동시에 3차원을 구성하고 있는 각 요소들의 불연속성을 인지하게 된다.
「펜로즈 삼각형」은 바로 이처럼 현실의 단면을 드러내고 그 불연속의 측면들을 부각하고자 하는 '2차원의 시선'이 잘 드러나 있다. 우선 작품의 전반적인 배경으로 기능하고 있는 하늘이 비친 "수면"부터 인상적이다. 현실에서라면 주로 물의 맑은 속성으로 보이게 될 이 배경은 시인의 시선에 담기게 되면서 "표정이 자주 흔들리는 문"으로 기능하게 된다. 따라서 그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는 순간부터 흔들림 없이 고정되어 있는 것들이 현실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은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그렇게 시인은 움직임 자체가 존재의 방식인 수면과 맞닿아 있는 현실을 포착해 낸다. 그 속에서 "구름"은 "물의 심장"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기도 하고, 나아가 수면 아래에 존재해 왔던 "물고기"와의 만남이 변증적 도약이 아니라, 제목을 통해서 정우림 시인이 명확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두 차원의 겹침과 뒤틀림 그 자체이다. (p. 시 11-12/ 론 120-121) <남승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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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코카서스 할아버지의 도서관』에서/ 2024. 8. 15. <파란> 펴냄
* 정우림/ 경기 용인 출생, 2014년 『열린 시학』으로 등단, 시집『살구가 내게 왔다』『사과 한 알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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