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버려진 닻/ 김차영

검지 정숙자 2024. 4. 16. 02:11

 

    버려진 닻

 

     김차영

 

 

  갯벌 속에 처박혀 녹슬어가는 뿌리

  외로움을 힘껏 움켜쥐고 있다

 

  저 뿌리에 매달려

  몸피를 키워 잎도 피우고

  열매도 매달았던 것들

  썰물처럼 바다로 갔다

 

  한데로만 떠도는

  뿌리를 잊어버린, 아니

  잃어버린 것들

  망둥어처럼 바다에 가득하다

 

  시나브로 뻘 속에 묻혀가며

  눈은 수평선 위 고깃배를 따라가는데

  그리움 더욱 붉어지는

  버려진 닻

   -전문(p.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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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3집 『시, 바다와 썸 타다』 <테마시: 바다> 에서/ 2023. 12. 26. <미네르바> 펴냄  

* 김차영/ 202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미이라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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