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 어부 일기
김충래
삼십 년 뼈 묻은 직장 잘리고
처갓집 말뚝까지 뽑아
차린 전복 양식장
살갗을 뜯어내는 태풍이 옆구리의 옆구리를 뒤집으며 아비규환의
아수라장 싹쓸이
면구스러운 목숨 징그러운 바다
간신히 건진 배 하나 끌고
사공도 없이 산으로 간 그
옆에다 묻을 자리 봐 놓고
그 배에 카페 같은 횟집 차린다
메뉴는 전복회, 죽, 무침, 샐러드,
미역국, 다시마쌈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소금기 넣고 갯내음 배기게 하는데 수 년 파도 소리까지 끌어와 철썩거리며 산들바람 불어오자
사공들이 노 젓기 위해 몰려온다
산에서 먹는 바닷물의 산해진미
깃대 날리는 만선인 날 많아지자
쌓이고 쌓이는 조개무침
원수 같은 전복이 전복되어 주는 복
짠 눈물로 빚는 진주
상처를 빛내며 영롱해진다
-전문(p. 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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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시인포럼 제2집 『Sea & 詩』 에서/ 2023. 7. 20. <미네르바> 펴냄
* 김충래/ 2022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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