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이준관_동시조의 품격과 위상을 드높인···(발췌)/ 호박꽃 바라보며 : 정완영

검지 정숙자 2023. 4. 21. 01:58

<동시조>

 

    호박꽃 바라보며   어머니 생각

 

    정완영(시조시인, 1919-2016, 97세)

 

 

  분단장 모른 꽃이, 몸단장도 모른 꽃이

  한여름 내도록을 뙤약볕에 타던 꽃이

  이 세상 젤 큰 열매 물려주고 갔습니다

    -전문-

 

   동시조의 품격과 위상을 드높인 정완영(발췌) _이준관(시인, 아동문학가)

  정완영은 마흔이 넘어 문단에 등단하였다. 그의 나이 44살 되는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조국」으로 당선되었다(1960년에 ⟪국제신보⟫에 당선되었지만 정식 등단은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서다). 시조 「조국」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널리 애송된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는 1960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골목길 담 모롱이」가 입선되고 1967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해바라기처럼」이 당선되어 아동문학가로 등단하였다. 이후에 시조는 물론 동시조에도 진력하여 첫 동시조집 『꽃가지를 흔들듯이』를 비롯하여 4권의 주옥같은 동시조집을 출간하여 한국 동시조의 품격과 위상을 높였다.

  이런 정완영을 생전에 만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제2 동시조집 『엄마 목소리』를 보내왔다. 그래서 답장을 드렸더니 전화가 왔다. 평소 내가 쓴 동시를 인상 깊게 읽었다며 한번 만나자고 했다. 평소 경모하는 선생님이라서 만나서 귀한 말씀을 듣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만나지 못했다. 좀 더 내가 적극적인 성격이었으면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앞선다.

 

   ······

 

  어머니에 대한 시는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 동시조처럼 쉬우면서도 감격하게 쉬우면서도 간곡하게 모정을 표현한 시는 드물다. 단장도 할 줄 모르고 띠약볕에서 한여름 내내 일을 하던 어머니를 호박꽃에 비유하여 자식들에게 큰 열매를 물려주고 간 모성애를 물 흐르는 듯한 가락으로 노래하였다.

  박경용은 일찍이 정완영을 일컬어 "그에게 있어서의 시조는 조국이다. 공사석을 가릴 것 없이 그의 담론은 거의 시조로써 시종하며 그 이야기의 구할 구분쯤은 시조에의 근심이다"라고 말했듯이 정완영은 시조가 그의 조국이었다. 그는 동시조를 통해 결코 아동문학이 성인문학에 비하여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들려 주었다.(p.시 184/ 론 179-180 -略-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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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詩魔』 2022-여름(12)호 <이준관의 >에서 

   * 이준관/ 시인 · 아동문학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 & 1974년 『심상』으로 시 부문 등단. 동시집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흥얼흥얼 흥부자』외 다수, 시집『가을 떡갈나무 숲』『부엌의 불빛』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