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참새의 어머니
가네코 미스즈(1903-1930, 27세)
어린애가
참새 새끼를
붙잡았다
그 아이의
어머니
웃고 있었다
참새의
어머니
그걸 보고 있었다
지붕에서
울음소리 참으며
그걸 보고 있었다.
-전문-
▶동심의 기적, 일본의 동요시인 '가네코 미스즈'(발췌) _이준관(시인, 아동문학가)
가네코 미스즈의 동요 동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되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2009년쯤이었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서점 서가 맨 끝에 묻혀 꽂혀 있는 그의 동시선집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를 발견했다. 가네코 미스즈는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책머리에 그를 소개한 글을 읽고 적잖이 놀랐다. 잘못된 결혼으로 인해 일찍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50여 년간 잊혔다가 남동생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원고를 찾아내어 책으로 펴내게 된 전말은 기적 바로 그 자체였다. 27살에 죽은 그가 500편이 넘는 수많은 동요 동시를 썼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나중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일본의 사랑받는 국민 시인이 된 것도 드라마틱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서 동시를 읽어보았다. 동시를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착하고 선량한 동심을 지니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았다. 기적적으로 살려낸 것은 바로 천사 같은 착한 동심 때문이었다. 동시집 머리말을 쓴 해설자의 말대로 "가네코 미스즈의 동요는 작은 것, 힘이 약한 것, 이름 없는 것, 쓸모없는 것, 지구라는 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기도의 노래"였다. 하느님께 드리는 간절한 기도와 같은 동시. 그래서 감동의 울림이 오래 갔다. 그의 기적의 원천은 바로 동심이었다. (p.시 190/ 론 188-189)
* 블로그 註 : 책(p. 189)에 '가네코 미스즈'의 진영眞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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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詩魔』 2022-겨울(14)호 <이준관의 시담시담>에서
* 이준관/ 시인 · 아동문학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 1974년 『심상』으로 시 부문 등단. 동시집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흥얼흥얼 흥부자』외 다수, 시집『가을 떡갈나무 숲』『부엌의 불빛』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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