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정겸 5월과 7월 사이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두가 닫혀있다 푸른 장막에 가려진 비밀 정원 같은 계절 주목나무 산길을 따라 비자나무 숲길을 따라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따라 되돌아보니 참으로 멀리도 왔다 공원 모퉁이 담장에서 아무런 말도 없이 언제나 제 자리 지키는 능소화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아무 일 없는 듯 주황색 얼굴 화사하다 걸어오는 동안 나와 당신의 간격은 유월처럼 어설프다 메타세콰이아 즐비한 공원을 함께 걸었던 시간들 붉은 꽃이 언제 피었는지 기억 아득하다 이제는 나무도 시간도 늙어 시들어버렸다 덩굴 장미꽃잎이 하롱하롱 마른땅 위로 떨어지는 봄도 여름도 아닌 애매한 유월 -전문(p. 178-1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