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악몽 이은수 빨강의 유혹은 설렌다. 상자 안의 붉은 하트가 용수철로 튀어나오듯 욕망이 터진다. 자바섬에 있는 태평양 몰에는 산타와 순록이 뜨거운 하늘을 날고 매직 트리가 반짝인다. 스키가 허깨비처럼 서 있는 집. 스티로폼 눈이 대롱거리는 쇼윈도에 가짜 크리스마스 영광이 꿈틀댄다. 달콤한 캐롤을 들으며 노상의 리어카들에는 하얀 플라스틱 위 나시고랭이 휘휘거리고 망고 주스가 늙어가는 옆에서 꼬치들이 연기를 피우며 익어가고 있다. 맨발로 도로 웅덩이 물을 철벅이며 아이들은 주머니의 동전을 세어본다. 까만 분꽃 씨 같은 눈동자가 세상을 눈치채며 말한다. 절묘하게 스키가 산 위에서 내려오는 설산에 갈 거야. 어디로 가는 거니? 땅에 평화는 서슴없이 속내를 밤새 드러내고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