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요 - 무명無名인 나에게 윤석산尹錫山 종이 위에 무명이라고 써본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편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이름이 없을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이름이 없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밤이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나 깨어난 아침이면 내게 붙여진 이름이 다시 그리워졌다. 나의 두 발이 딛고 온 발자국처럼 어느 낯선 골목에서 비를 맞고 있을 나의 이름. 비를 맞으며, 또 다른 발들에 밟히며 흙탕물 속으로 쓸쓸히 묻혀질 나의 흔적들. 이제는 어디에서고 불려지지 않는 이름을 종이 위에 써 본다. 언덕만큼이나 등이 굽은 사내 하나, 지워지고 있었다. -전문(p. 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