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거지, 휴가 가는 거지 윤석산尹錫山 1 중국의 역사상 가장 어지러운 시대의 하나로 흔히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대를 거론하곤 한다. 시대를 이끌어나가는 뚜렷한 이념도 없이 다만 술수와 기교만 살아, 세상을 횡행하던 시대. 아침에 왕조가 일어났다가는 이내 저녁이면 망하는, 수많은 나라가 일어났다가는 사라졌던 시대. 그러므로 이때에 이르러 많은 뜻있는 사람들이 세상과 등을 지고 살았었다. 이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유영劉伶 · 완적阮籍 · 혜강嵇康 · 산도山濤 · 상수尙秀 · 완함阮咸 · 왕륭王戎 등, 일컫는바 죽림칠현竹林七賢이다. 이들은 세상과 자신의 뜻이 서로 어긋나므로 세상을 버리고 살았던 인물들이다. 부귀에 연연하지 않고, 아무리 높은 권세를 지닌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됨이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