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윤석산尹錫山
나이가 들고 보니 젤로 무거운 게 책이다.
한 두어 권만 가방 안에 있어도
어깨가 한쪽으로 기운다.
이 무거운 책들 무거운 줄도 모르고
평생을 들고 다녔으니
어지간히 미련한 사람이다.
그만 외출이라도 할 양이면 손에
으레 책 한두 권 들고 나가야 했던 젊은 시절.
지금이라도 무거운 줄 알았으니 다행이다.
무거운 것은 다먄 무게만이 아니다.
책 안에 담긴 말씀들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 줄
이제야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
그러나 다만 담겨진 말씀만이 아니라
그 말씀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더 무거운 일임이 요즘은 더욱 절실해진다.
그래서 함부로 책 들고 다니기가
더욱 거리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책 짊어질 어깨 점점 좁아진다.
-전문(p.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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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일반 시' 에서/ 2022. 9. 28. <화성시립도서관> 펴냄/ 비매품
* 윤석산尹錫山/ 1947년 서울 출생, 1967년《중앙일보》신춘문예(동시) 당선 & 1974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 당선, 시집 『바다 속의 램프』『온달의 꿈』『처용의 노래』『용담 가는 길』『적 · 寂』『밥나이, 잠나이』『나는 지금 운전 중』『절개지』『햇살 기지개』등, 저서『동학교조 수운 최제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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