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담수폭포/ 정다연

검지 정숙자 2024. 12. 1. 01:01

 

    담수폭포

 

     정다연

 

 

  듣고 있어

  듣고 있어

 

  사람이 건넨 말이

  깊이로 고일 때

  높이로 솟을 때

  피가 멎었다는 걸 알았어

 

  멎지 않았더라면

  듣지 못했을 테니까

 

  아침에는 네가 말해준 적 있는 문장을 주석에서 찾아냈어 

  주석은 본문을 설명하지 않았고 본문은 있는 그대로 충분해 보였어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거야

 

  공중전화 부스가 사라진 공터에 들고양이들이 몰려들듯이

  조각조각 깨지고 나서야 병동의 창문이 구름을 담을 수 있게 되듯이

  뒷목의 단추가 또렷하게 불러내는 손길도

 

  상관없는 날이 오고야 말지

 

  나 듣고 있어

  듣고 있어

 

  다른 사람의 자질구레한 일상과

  정착할 수 없는 사랑 이야기로 흘러가는 하루

  무심함

 

  너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칼로 찔러도 아프지 않은 투명층처럼

    -전문, 웹진 『같이 가는 기분』 (2024. 여름호.)/(p. 217-218)

    ※ 정다연_시인, 201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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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현(사회)_시인,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 2020년 『현대시』 평론 등단.

   - 조해주_시인, 2029년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로 작품 활동 시작.

   - 윤유나_시인, 2020년 시집 『하얀 나비 철수』로 작품 활동 시작. (p.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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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시』 2024-8월(417)호 <이달의 시 현장 점검/ 좌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