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현대시 변용>
서동요
- 무명無名인 나에게
윤석산尹錫山
종이 위에 무명이라고 써본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편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이름이 없을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이름이 없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온 밤이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나 깨어난 아침이면
내게 붙여진 이름이 다시 그리워졌다.
나의 두 발이 딛고 온
발자국처럼
어느 낯선 골목에서 비를 맞고 있을 나의 이름.
비를 맞으며, 또 다른 발들에 밟히며
흙탕물 속으로 쓸쓸히 묻혀질
나의 흔적들.
이제는 어디에서고 불려지지
않는 이름을 종이 위에 써 본다.
언덕만큼이나 등이 굽은 사내
하나,
지워지고 있었다.
-전문(p.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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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문인 보고서 2 『시인 윤석산』 '고전의 현대시 변용' 에서/ 2022. 9. 28. <화성시립도서관> 펴냄/ 비매품
* 윤석산尹錫山/ 1947년 서울 출생, 1967년《중앙일보》신춘문예(동시) 당선 & 1974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 당선, 시집 『바다 속의 램프』『온달의 꿈』『처용의 노래』『용담 가는 길』『적 · 寂』『밥나이, 잠나이』『나는 지금 운전 중』『절개지』『햇살 기지개』등, 저서『동학교조 수운 최제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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