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단정한 시적 자의식과 문체 - 홍용희
단정한 시적 자의식과 문체 정숙자,『열매보다 강한 잎』(시작, 2006년) 홍용희 “문체는 그 사람 자신이다.” 라는 명제는 문체론의 특성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문체란 단순히 낱말들의 배치와 그 구성적 조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사고방식, 세계관, 미적 주관성, 감각, 자의식 등의 내밀한 응축적 산물이다. 그리이스의 수사학자였던 롱기누스가 ‘귀를 통해 영혼까지 사로잡는’ 문체를 거론할 때, 문체란 세계로부터 숭고미를 발견하는 미학적 방법론과 연관된다. 실제로 문체는 때로 세상을 재발견하고 변화시키는 비장한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의 서문은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하나의 유령이 지금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교황과 차르, 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