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75

서평/ 단정한 시적 자의식과 문체 - 홍용희

단정한 시적 자의식과 문체 정숙자,『열매보다 강한 잎』(시작, 2006년) 홍용희 “문체는 그 사람 자신이다.” 라는 명제는 문체론의 특성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문체란 단순히 낱말들의 배치와 그 구성적 조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사고방식, 세계관, 미적 주관성, 감각, 자의식 등의 내밀한 응축적 산물이다. 그리이스의 수사학자였던 롱기누스가 ‘귀를 통해 영혼까지 사로잡는’ 문체를 거론할 때, 문체란 세계로부터 숭고미를 발견하는 미학적 방법론과 연관된다. 실제로 문체는 때로 세상을 재발견하고 변화시키는 비장한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의 서문은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하나의 유령이 지금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교황과 차르, 메..

우수문학도서 추천서, 선정평

뼈마디를 추려 쓴 형벌의 시편들/ (2006/4분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추천서) 정숙자 시인의 시집 『열매보다 강한 잎』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6권의 시집을 통해 다양한 시세계를 보여주었던 시인은 이번에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한다. 이번 시집은 사색적이면서 관념적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는데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시는 편안한 삶을 말소시켜버리는 형벌이면서 반대로 끊임없이 집착하고 꿈꾸게 하는 삶의 동력이기도 하다. “내 뼈마디 모두 추리면 몇 개의 자(字) 쓸 수 있을까” (「무료한 날의 몽상」)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녀는 인생의 최종 목표를 시에 바치고 있다. 시 없이는 삶의 가치가 없어지는 시인의 운명을 가슴에 각인시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