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우수문학도서 추천서, 선정평

검지 정숙자 2010. 10. 21. 02:26

 

     뼈마디를 추려 쓴 형벌의 시편들/ (2006/4분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추천서)      

 

                       

  정숙자 시인의 시집 『열매보다 강한 잎』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6권의 시집을 통해 다양한 시세계를 보여주었던 시인은 이번에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한다. 이번 시집은 사색적이면서 관념적인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는데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시는 편안한 삶을 말소시켜버리는 형벌이면서 반대로 끊임없이 집착하고 꿈꾸게 하는 삶의 동력이기도 하다. “내 뼈마디 모두 추리면 몇 개의 <시> 자(字) 쓸 수 있을까” (「무료한 날의 몽상」)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녀는 인생의 최종 목표를 시에 바치고 있다. 시 없이는 삶의 가치가 없어지는 시인의 운명을 가슴에 각인시키고 시를 향해 끊임없이 질주하는 그녀의 모습이 안타깝게 또는 아름답게 다가온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고 정의를 내린 파스칼처럼 그녀는 끊임없이 시로 사유하면서 세상과 함께 흔들린다. 시인이 사유하는 대상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의자 위의 나비' '버려진 꽃밭' '꼬막’ ‘갓 피어난 새싹’ ‘나현이’ ‘보름달’ ‘청계천’ 등등 오히려 일상과 맞닿아 있는,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녀는 시를 통해 사소한 것들에 철학적인 깊이를 부여하고 있다.

 

  철학적 사유와 함께 이번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을 찾는다면 산문의 문장을 시의 형식으로 수용해내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것이다. 여러 편의 시들에서 정의나 열거 형태의 문장들이 종종 나타난다. 형식이나 내용을 새롭게 만들어 보다 신선한 시를 쓰는 것이 시인으로서의 임무라면 그녀는 누구보다도 그 임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천년의시작) 

 

  〔약력〕

 

  1988년『문학정신』등단. 시집 『감성채집기』『정읍사의 달밤처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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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세하게 직조한 통찰과 감각/ (2006/4분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선정평)    

  

 

  정숙자는 통찰과 감각을 섬세하게 직조하여 시를 쓴다. 그런 결과 깊이와 탄력을 함께 얻는다. “태아 적부터 물음표로 포즈를 잡는 인간”이므로 내내 “묻고 싶은 거다”라는 인식에서는 어느 순간에도 모든 것을 시로 물어온 구도자적 자세를 느끼게 한다. “내 뼈마디 모두 추리면 몇 개의 <시> 자(字) 쓸 수 있을까”라는 정숙자의 물음은 “사랑은 사랑 말고는 다른 어둠을 알지 못한다”는 직관적 진술을 확보하는 수준에까지 자신의 시를 끌어올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