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로댕은 묻는다/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10. 15. 01:34

 

 

  로댕은 묻는다

 

   정숙자



   꼬부리고 앉아 생각하는 사람을 옆에서 보자. 그는 묻고

있다. 말은 너무 늦다. 그는 본능으로 묻고 있다. 그의 머리

 가슴속에는 무수한 갈고리가 혹은 엄청나게 큰 하나의

고리가 걸려 있다. 로댕만이 아니다. 고뇌에 처해 보라.

인간은 태아 적부터 물음표로 포즈를 잡는다. 삶의 준비다.

시작이다. 진행이다. 인간은 배가 고파도 추워도 꼬부린

다. 묻고 있는 거다. 물어야 할 때 묻고 싶은 거다. 말은 너

무 늦다. 몸이 먼저 말한다. 물을 필요가 없을 때 우리는 몸

을 푼다. 쫙 펴고 눕는다. 죽음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문학과창작』2000.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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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