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은 묻는다
정숙자
꼬부리고 앉아 생각하는 사람을 옆에서 보자. 그는 묻고
있다. 말은 너무 늦다. 그는 본능으로 묻고 있다. 그의 머리
와 가슴속에는 무수한 갈고리가 혹은 엄청나게 큰 하나의
갈고리가 걸려 있다. 로댕만이 아니다. 고뇌에 처해 보라.
인간은 태아 적부터 물음표로 포즈를 잡는다. 삶의 준비다.
시작이다. 진행이다. 인간은 배가 고파도 추워도 꼬부린
다. 묻고 있는 거다. 물어야 할 때 묻고 싶은 거다. 말은 너
무 늦다. 몸이 먼저 말한다. 물을 필요가 없을 때 우리는 몸
을 푼다. 쫙 펴고 눕는다. 죽음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문학과창작』2000. 11월호
-------------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단정한 시적 자의식과 문체 - 홍용희 (0) | 2010.10.24 |
---|---|
우수문학도서 추천서, 선정평 (0) | 2010.10.21 |
의자 위의 책/ 정숙자 (0) | 2010.10.11 |
헐렁한 메모/ 정숙자 (0) | 2010.10.11 |
바람의 빛/ 정숙자 (0) | 2010.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