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헐렁한 메모/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10. 11. 01:12

 

 

     헐렁한 메모

 

     정숙자



   오늘도 나는 어둠을 보았다. 내가 있으므로 어둠이 있고,

내가 있으므로 사물이 있다. 일체의 어둠과 혼돈이 나로부

터 비롯된다. 어찌 밝지 않음을 탓할 것인가. 어둠에 갇혀

사유하고, 어둠을 걸러 정화되며, 어둠을 딛고 나아가는 도

리가 글 쓰는 이의 항거다. 어둠은 여명의 또 다른 시간, 시

시각각 출렁이는 희비 또한 시간의 변화태에 불과하다. 우

리는 흔들림을 빚어 꽃무늬 놓고 상처를 다스려 깃털을 마

련해야 한다. 예기치 않은 어둠은 예견 못한 영감의 실마리

가 아닐까. 오늘도 나는 한 기의 어둠을 3.5플로피에 저

장하였다.

   -문학나무2005. 봄호_(시작노트를 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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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