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혹은 2초 사이로 지나가는 태풍
정숙자
차근차근 토막낸다. 맨 먼저 심장을, 그리고 머리를, 손
발을, 시력과 목소리를 맥박이 서늘한 가슴에 묻는다. 이
땅에 들어박힐 해골 하나 추켜들고 느릿느릿 걷는다. 누군
가, 내가 잠든 사이 목 졸라줄 필요도 없다. 죽어 가는 나,
이미 죽어버린 나, 다시 살아날 가망 없는 나, 아무도 무서
워하지 않는 나, ―나의 대명사는 인간이다.
-『시안시인』사화집. 2003_(시작노트를 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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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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