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
정숙자
있(었)다
나에게도
근근이 쌓아올린
얼음-산
별조차 굳어버린 빙벽 아래
오로지 무릎에 충실했다
하늘 쪽으로, 하늘 속으로 추락을 거듭한 빙-산, 그것은 능히 자산이 될 만했다.
사유의 산/사유의 재산이 될 만했다. 세계가 아닌 내 신체-내 지형이 될 만했다.
분출되지 못한 슬픔 안쪽
위로받지 못한 어깨 근처
뭇 고뇌의 단초이자 증발의 위험도 안은 눈물의 왜상, 그것은 녹아내린 재였다.
떠도는 단백질을 발아시켜 꿈틀거리게 걷게 한 수분의 결정, 또는 겨울의 의미.
한 덩이 두 모서리 얼음들은 삶의 본질에 이르는 사다리이거나 징검다리이거나
다음으로→ 다음으로→ 다음으로→ 밀어붙이는 바퀴였다. 좀 오래 덜컹거렸지만
그건 매우 정교한
(신의) 프로젝트였다
어느 날 문득 얼음-행성을 여기 내던져
균류에서 동식물까지 깨어난 지느러미들
이렇게 암흑이 열리고 보면
뒤늦게 화사한 역경과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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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스프리』 2019-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