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
석민재
얘야, 말이 많은 사람은 일이 적단다
남의 말로 밥상머리를 어지럽게 하면 안 된다
착한 사람이 좋다 해놓고
너무 착해서 싫다 한
엄마가 저기,
목 빠지게 서 있다
우리는 천성적으로 착한 사람이어서
3단 화환처럼
북돋아주고
칭찬하고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시키는 일만 잘하면 돼
되팔거나 재사용하지 않았다는 믿음직한 화환이
사흘째 서 있다가
중심을 잃었을 뿐인데
화환이 왼쪽으로 넘어진다, 전부 다
이 세상은 약한 쪽, 약한 쪽으로 싫은 일이 흘러가는 거야,
라고
엄마가 꼭 말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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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2019-10월호 <詩 # 1>에서
* 석민재/ 2017년 《세계일보》신춘문예 등단, 시집『엄마는 또 나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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