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전철 안 홍해/ 윤석산(尹錫山)

검지 정숙자 2019. 10. 2. 02:10

 

 

    전찰 안 홍해

 

    윤석산尹錫山

 

 

  그가 저쪽 칸에서 이쪽 칸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람들 모두 양쪽으로 갈라서며 길을 열어주었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건너는 것과도 같이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그는 우리들 사이를 건너고 있었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건너는 음악의 홍해

  여기저기 때로는 동전 한 닢, 때로는 지폐 한 장 던져주는 사람들 사이,

  동전도 지폐도, 또 세상도 아랑곳없다는 듯이

  그는 다만 구슬픈 음악으로

  이 칸에서 다시 저 칸으로

  기적이 없는 시대의 기적, 꿈꾸듯

  그렇게, 그렇게 그가 건너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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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표현』 2019. 9~10월호 <신작시 & 대표시> 에서

  * 윤석산 尹錫산/ 1967년 《중앙일보》《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바다 속의 램프』『주남지의 새들』『절개지』외, 저서『일하는 한울님 해월 최시형의 삶과 사상』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