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찰 안 홍해
윤석산尹錫山
그가 저쪽 칸에서 이쪽 칸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람들 모두 양쪽으로 갈라서며 길을 열어주었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건너는 것과도 같이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그는 우리들 사이를 건너고 있었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건너는 음악의 홍해
여기저기 때로는 동전 한 닢, 때로는 지폐 한 장 던져주는 사람들 사이,
동전도 지폐도, 또 세상도 아랑곳없다는 듯이
그는 다만 구슬픈 음악으로
이 칸에서 다시 저 칸으로
기적이 없는 시대의 기적, 꿈꾸듯
그렇게, 그렇게 그가 건너가고 있었다.
--------------
*『시와표현』 2019. 9~10월호 <신작시 & 대표시> 에서
* 윤석산 尹錫산/ 1967년 《중앙일보》《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 시집『바다 속의 램프』『주남지의 새들』『절개지』외, 저서『일하는 한울님 해월 최시형의 삶과 사상』외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생/ 이현호 (0) | 2019.10.02 |
---|---|
빨간 샐비어의 기상예보/ 고형렬 (0) | 2019.10.02 |
일족/ 배한봉 (0) | 2019.09.29 |
애기고양이의 마음/ 박형준 (0) | 2019.09.29 |
이현승_ 영화와 시, 그리고 영화 속의 시(발췌)/ 일 포스티노 : 황지우 (0) | 2019.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