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고양이의 마음
박형준
밤중에 보는 동물들의 눈은 슬퍼보인다
산책로에 다리를 깔고 앉아 있는 애기고양이
실뭉치를 뭉쳐놓은 듯
벌써부터 살아간다는 것은 한 뭉치의
실뭉치를 풀어가는 일임을 안다는 듯
가등 아래 산책로 복판에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낚시 도구를 실은 오토바이가 나를 앞질러
실뭉치 같기도 하고 흰 비닐봉지 같기도 한
애기고양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지나간다
밤에 낚시를 다니는 사람들은 물고기의 마음을 아는 걸까,
오토바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애기고양이의 마음도 아는 것일까,
오토바이는 애기고양이가 산책로 나무 울타리로 몸을 숨기자
그 모습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여유있게 멈췄다가 사라지고
누군가 매일 놓아주고 가는 먹이에 입을 대고 있다가
애기고양이는 나무 울타리 밑에서
눈을 빠꼼이 내밀고 지나가는 나를 쳐다본다
밤중에 울지도 않으며 살아본 적도 없을 듯한 눈망울을 한 애기고양이의
내게로 올 듯한 슬픔이
부는 바람처럼 몸에 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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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 2019-가을호 <POSITION ④ 신작시>에서
* 박형준/ 1991년 《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불탄 집』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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