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장경렬_ 별이 빛나던 밤, 그때의 밤하늘을...(발췌)/ 빈센트 : 돈 맥클린

검지 정숙자 2019. 4. 24. 02:49

 

 

    빈센트

 

    돈 맥클린(싱어송라이터, 1945~ )

 

 

  별이, 별이 빛나는 밤

  팔레트를 푸른색과 회색으로 칠해요

  내 영혼 속의 어둠을 이해하는 눈으로

  여름날의 밖을 내다봐요

  언덕마다 드리워진 그림자의 윤곽을

  나무들과 수선화들의 윤곽을 화폭에 담고

  미풍과 한겨울의 추위를 색색이

  눈처럼 하얀 아마포 화폭에 포착해요

 

  이제 나는 당신이 나에게 무얼 말하려 했는지 알겠어요

  그리고 정신의 온전함에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그들을 자유롭게 하고자 당신이 얼마나 애를 썼는지

  그들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듣는 법도 몰랐지요

  아마도 이제 그들은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별이, 별이 빛나는 밤

  환하게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꽃들이

  보랏빛 안개에 잠긴 소용돌이치는 구름들이

  빈센트의 청잣빛 두 눈에 비칩니다

  색조를 바꾸는 물감들이

  누런빛 곡식으로 덮인 아침의 들판들이

  고통 속에 주름진, 세파에 시달린 얼굴들이

  예술가의 사랑어린 손길에 부드러워집니다

 

  이제 나는 당신이 나에게 무얼 말하려 했는지 알겠어요

  그리고 정신의 온전함에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그들을 자유롭게 하고자 당신이 얼마나 애를 썼는지

  그들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듣는 법도 몰랐지요

  아마도 이제는 그들은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에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사랑은 진정한 것이었기에

  그리고 그 어떤 희망도 시야에 남아 있지 않았기에

  별이, 별이 빛나던 그 날 밤에

  연인들이 종종 그러하듯 당신은 스스로 삶을 포기했지요

  하지만, 빈센트, 난 당신에게 말할 수 있었을 거예요

  이 세상은 당신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곳이 아님을

 

  별이, 빌이 빛나는 밤

  텅 빈 방마다 걸려 있는 초상들

  세상을 응시하고 이를 잊지 못하는 눈을 간직한

  이름 없는 벽에 걸린 액자 없는 초상들

  당신이 만난 이방인들처럼

  누더기 옷을 걸친 세파에 찌든 사람들이

  핏빛 장미의 은빛 가시가

  짓밟히고 망가진 채 순결한 눈 위에 뒹굴고 있습니다

 

  이제 나는 당신이 나에게 무얼 말하려 했는지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정신의 온전함에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그들을 자유롭게 하고자 당신이 얼마나 애를 썼는지

  그들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고 듣는 법도 몰랐지요

  아마도 그들은 결코 듣지 못할 것입니다

 

 

  별이 빛나던 밤, 그때의 밤하늘을 기억하며/- 맥클린의 노래 속으로(발췌)_ 장경렬

  온갖 색채의 향연이 영롱하게 펼쳐지고 있는 노랫말을 통해 맥클린(Don Mclean)은 섹스턴과는 다른 관점에서 반 고흐의 그림에 접근한다. 섹스턴이 오로지 문제의 그림에 초점을 맞춰 시를 창작하였다면, 맥클린은 시야를 넓혀 반 고흐의 다른 그림들   예컨대, 자연의 나무나 꽃, 구름이나 들판과 농부들을 담은 풍경화 및 그가 살아가는 동안 만난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   에도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이다. 반 고흐의 그림 세계뿐만 아니라, 맥클린은 타인의 무시와 몰이해 속에서 지탱해야만 했던 그의 불우하고도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까지 조명한다. 어찌 보면, 맥클린이 의도한 것은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을 출발점으로 삼되 궁극적으로 예술가로서의 반 고흐가 느꼈을 법한 고뇌에 대한 따뜻한 이해를 뛰어넘어 그와 그의 예술 세계에 대한 찬양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반 고흐의 예술과 삶을 옹호하고 기리는 맥클린의 찬가는 생생하면서도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시적 이미지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누구든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대중가요 특유의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족을 더하자면, 다음의 몇몇 사항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모두 후렴처럼 반복되는 제2연, 제4연, 제7연과 관계된 것이다.

  먼저 노랫말 전체에 되풀이 언급되는 "그들"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그들"은 물론 반 고흐가 살던 때의 그 주변 사람들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반 고흐의 예술이 전하는 바의 메시지나 의미를 무시하거나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그를 절망과 낙담으로 몰아갔던 사람들이 노랫말 속의 "그들"일 수 있다. 산문적인 삶의 굴레에서 그들을 자유롭게 하고자 하였던 것이 반 고흐의 예술이었으나, 그의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예술적 메시지에 귀 기울이거나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사실 반 고흐가 살아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다는 사실은 반 고흐의 예술에 대해 동시대의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냉담하고 무지했던가를 말해 주는 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아마도 예외적인 인물이 있었다면 그는 다름 아닌 반 고흐 자신의 동생 테오였을 것이다. (p.103-106)

 

 

   * 블로그주 : 책에 영문원본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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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2019-봄호 <영미시 산책 ⑤> 에서

  * 장경렬/ 1953년 인천 출생, 비평집『신비의 거울을 찾아서』『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등 다수, 서울대 영문과 졸업,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대학교 영문과 박사학위 취득, 현재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