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도시不在都市
나가에 유키永方佑樹/ 한성례 옮김
돌고 도는 기억이
파리해지고
시간이 갈라져 간다
(꽃도 그 무엇도 형태를 가진 것들은 다 사라졌습니다
그저 그리움만이 향기롭게 젖어
수면을 흘러갑니다)
모라*는 실러블*에 녹아
부서진 기억을 되살리고
환했던 옛 영화는 세상 끝에 가서 파묻혀
흔들리며
고요히 기울어가고
끊임없이
궤멸을 휘감고 태어난 수천 수억의 분자가 온기를 반짝이며
메틸렌 블루 색으로 밀려온다
(인광처럼 푸르게 반짝이는 것.
저것은 꿈입니다.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외로움을 청결하게 지킨 것만이
흐르지 않고 언제까지나
물밑에서 깜박이고 있습니다)
예전에 존재했던
수없이 엎드린 번영과 활기
속삭임
분개
그 모두가 지금은 해발 아래
반복을 되풀이하며
집요를 무너뜨리고
언젠가 다시 반복될 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메틸렌 블루의 불빛이 반짝이고. 밀려오고.
그림자만이
지금은 곧게
수면을 달린다
(물결 이랑에 반사하고 있는 것
헬싱키, 뉴욕, 타이베이, 방콕,
쿠알라룸푸르, 멕시코시티, 서울, 도쿄
아닙니다 저것은 꿈입니다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하찮은 것.
도시도, 꽃도, 엄청났던 모든 것들은
언젠가 분명
사라졌을 테니까요)
-전문-
<옮긴이 주>
* 모라mora: 단음절 하나의 단위. 한 음절의 최소단위를 말함.
* 실러블syllable: 음절音節
------------
*『문학청춘』 2018-가을호 <일본 특집> 에서
* 나가에 유키永方佑樹(1976~)/도쿄 출생, 시집『쓸쓸한 하나』『부재 도시』
* 한성례/ 1955년 전북 정읍 출생, 시집『실험실의 미인』『빛의 드라마』등, 번역서『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붓다의 행복론』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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