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결혼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

검지 정숙자 2018. 10. 15. 21:18

 

 

  결혼에 대하여

    

  칼릴 지브란(1883-1931, 48세)

 

 

  그러자 알미트라는 또다시 물었다.

  그러면 스승이시여, 결혼이란 무엇입니까?

  그는 대답해 말했다.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며, 또 영원히 함께 있으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사라지게 할 때까지 함께 있으라.

  아, 그대들은 함께 있으라,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서까지도.

  허나 그대들의 공존共存에는 거리를 두라, 천공天空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서로 사랑하라, 허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 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말라.

  서로 저희의 빵을 주되, 어느 한 편 빵만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외로운 기타 줄들처럼.

 

  서로 가슴을 주라, 허나 간직하지는 말라.

  오직 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허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 본명은 칼릴 지브란 빈 미카일 빈 사드. 레바논계 미국인으로 예술가, 철학가, 시인, 작가이다. 영어 산문체로 쓴 철학 에세이 연작 중 하나인 『예언자』, 아랍어 소설 『부러진 날개』등으로 유명하다.

 

   ----------

  * 장석주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 세계 명시 100선』에서/ 2017.3.30.초판1쇄-2017,4,17.초판2쇄 발행, <북오션> 펴냄

* 장석주/『월간문학』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1979년『조선일보』신춘문예 시 부문 -《동아일보》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 시집『몽해항로』『일요일과 나쁜 날씨』등 많은 저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