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이 생애, 나의 티베트 고원에서의 고독/ 차오유윈(曺有雲) : 박정원 옮김

검지 정숙자 2018. 10. 29. 01:25

 

 

    이 생애, 나의 티베트 고원에서의 고독

      -다니카와 슌타로 선생에게*

 

     차오유윈曺有雲/ 박정원 옮김 

 

 

  우주시인 다나카와 슌타로는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향해 말한다

 

  그 적막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지

  상상력이 멈춘 벼랑 끝 가장자리에 서서

  백발삼천장**의 이태백과 구불구불하고 환상적인 시공을 사이에 두고 아득히 서로 바라본다

 

  하지만 나의 고독은

  십만 년 설산 꼭대기에서 홀로 날아오른다

  끝없는 바람이 끝없이 불고 또 분다

 

  너는 간간이 외치는 나의 외침을 듣지 못한다

  너는 너의 위풍당당함을 보지 못한다

 

  요란하게 울리는 드넓은 바다도 볼 수 없다

  나는 그저 석양이 서쪽으로 지고, 소와 양이 하산하고

  목동이 하늘가에 돌처럼 벙어리가 되어 앉아 있는 것을 본다

 

  나는 단지 바람이

  십만 톤의 바닷물을 말리고

  십만 개의 등불을 끄고

  십만 가닥의 머리카락을 떨어뜨리고

  십만 개의 기억의 끈을 끊어 버리는 것을 듣는다

 

  높고 멀구나, 별처럼 흐릿하고 높고 멀다

  적막하구나, 광년처럼 깊고 넓고 적막하다

  그러나 바람은 여전히 불고 또 불고 있다

 

  보라

  별 위에

  아득히 먼 서쪽에

  나의 고독이 날고 있다

   -전문, 2017년 3월. 27일-

 

   * 다나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郞~1931~ ). 일본의 유명한 국민시인이자 극작가이고 번역가이며, 시선집『이십억 광년의 고독二十億光年の孤独』이 있다.

   * 이백李白의 시「추포의 노래秋浦歌」의 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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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 참가작가 작품집『마음의 연대』에서/ 2018.10. 15. <아시아> 펴냄

  * 차오유윈曺有雲(1972~)/ 시인, 칭짱 고원에서 20여 년 동안 중국어 시 창작에 종사해왔다. 시집『시간의 꽃時間之花『고원의 바람高地大風』등. 전국소수민족문학준마상駿馬裝 · 민족문학 당해연도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