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이야기
레이핑양雷平陽/ 박정원 옮김
쌍둥이 형제는 아버지가
호랑이에게 갈기갈기 물어뜯긴 울창한 숲가에
집을 짓고 참을성 있게 살았네
나날이 원한이 가득 쌓였지
들꽃과 마그마까지도 오래된 살기가 가득했네
그들은 아침에는 산을 수색하고 오후에는 사격을 연습했지
멧돼지. 표범, 날짐승이
줄줄이 호랑이란 이름으로 죽어갔네
숲속에서 갑자기 부는 회오리바람, 수풀 속의 바위
알록달록 나뭇잎들 모두 몸마다
다 헤아릴 수 없는 총알구멍을 갖게 되었네. 그들은 고양이를 길렀는데
날마다 잠자기 전에 고양이를 죽였지. 그들은
《호소도虎嘯圖*》를 사다가 절벽, 나무, 함정에 붙여놓거나
아무렇게나 산비탈에 던져놓았지, 그림마다
모두 총알에 맞아 갈기갈기 찢어졌네, 그 부스러기를
고양이 고기와 함께 죽을 끓였네……
어느 날 새벽에 형제 둘이 또 숲속으로 들어갔지
한 사람은 동쪽으로, 한 사람은 서쪽으로 가서
어떤 허물어진 절에서 합류하기로 약속했네
동생은 가는 길 내내 총을 겨누었고, 그의 총구멍과 마주친 것은
예전처럼 산토끼, 산비둘기, 까마귀들이었지
그러나 그는 아주 빨리 허물어진 절에 도착했네
게다가 그는 허물어진 절의 문턱에서
마음껏 장난치고 있는 새끼 호랑이 세 마리를 보았는데 생김새가 고양이 같았지
그의 피가 위로 솟구치더니 굳어졌다가
또 불타올랐지. 하지만 총을 쏘지 않았어
아버지가 전해준 경험에 의하면 새끼 호랑이가 있는 곳
주변에는 먹이를 찾는 어미 호랑이가 있기 마련이니
그는 등에 짊어진 석궁을 꺼내 시위에 화살을 걸어
독화살 세 대를 쏘았지. 허물어진 절 문턱 쪽에
호랑이 핏자국 세 군데가 생겼네. 막 떠오른 햇빛 아래서
붉게, 붉게 반사되었네. 이어서
그는 살금살금 허물어진 절로 걸어 들어가
거미줄이 뒤덮은 보살 등 뒤쪽에 몸을 숨기고
보살의 어깨 위에 총을 거치하고
매섭게 햇빛이 반짝이는 절 문을 향해 총구멍을 겨누었지
당연히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으니
호랑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고
곁에 있는 보살까지도 떠는 것을 느꼈네
이어서 그와 형이 그리 오래도록 찾아다녔던 호랑이가
마침내 나타났지. 세계도 이로 인해
순식간에 미쳐 날뛰고 통제를 잃고 덧없어졌네
그가 방아쇠를 당길 한 가닥 힘도 더는 낼 수 없을 때
그는 호랑이가 새끼 호랑이 세 마리 시체 옆에서
멈추더니 이어서 길게 울부짖는 모습을 보았네. 호랑이는 등 위에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그의 형을 태우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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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 참가작가 작품집『마음의 연대』에서/ 2018.10. 15. <아시아> 펴냄
* 레이핑양雷平陽(1966~)/ 중국, 윈난雲南 자오퉁昭通시 출생, 근 30년 동안, 윈난 산지의 문염을 정신적 자양분으로 삼아 아름답고 소탈하며 세상을 비탄하고 고통받는 민중을 불쌍히 여기는 작품을 창작했다. 겉만 화려하고 실속 없던 시풍을 씻어낸 현대 중국 시가 창작의 대표적 시인 중의 한 명이다. 시집『레이핑양 시선雷平陽詩選』『흘러가는 물을 보내며送流水』등, 중국시가학회 굴원屈原시가상 금상 · 루쉰 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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