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本多 壽
Honda Hisashi
◇ 日本國 宮騎縣 東諸縣郡 高岡町 花見 2894
그 나름 나름의 높이에 있어
하늘에 이르러 있는 나무가지의 가지 끝
나는 느티나무의 그늘 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 새들의 지절거림을 듣고 있다
환청인지는 모르나
그 진위를 묻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죽음 말할 수 없는 것엔 굳게 입을 다물고
그대 없는 뜰에 아네모네의 구근을 심는다
꽃을 떠받칠 수 없는 완두콩 줄기에는
대나무를 베어 받침대를 하여 주리라
부서진 창고의 벽을 보수하여
처마 밑 흩어져 있는 낙엽을 치우리라
그 다음 푸른 여백에
그대의 만년필을 놓아두리라
내일은 금빛 펜촉에서
새들의 짖얼거림이 잉크처럼 방울지리라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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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문학』280호, 54~55쪽 / 2018. 2. 28.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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