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시

여백/ 本多 壽

검지 정숙자 2018. 5. 15. 01:34

 

 

    여백

 

                                                 本多 壽

                                         Honda Hisashi

  ◇ 日本國 宮騎縣 東諸縣郡 高岡町 花見 2894

 

 

 

  그 나름 나름의 높이에 있어

  하늘에 이르러 있는 나무가지의 가지 끝

 

  나는 느티나무의 그늘 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 새들의 지절거림을 듣고 있다

 

  환청인지는 모르나

  그 진위를 묻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죽음 말할 수 없는 것엔 굳게 입을 다물고

  그대 없는 뜰에 아네모네의 구근을 심는다

 

  꽃을 떠받칠 수 없는 완두콩 줄기에는

  대나무를 베어 받침대를 하여 주리라

 

  부서진 창고의 벽을 보수하여

  처마 밑 흩어져 있는 낙엽을 치우리라

 

  그 다음 푸른 여백에

  그대의 만년필을 놓아두리라

 

  내일은 금빛 펜촉에서

  새들의 짖얼거림이 잉크처럼 방울지리라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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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문학』280호, 54~55쪽 / 2018. 2. 28.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