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
프랑시스 퐁주(1899-1988, 89세)
불은 성냥에게 육체를 만들어준다.
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를
가진 살아 있는 육체.
성냥에서 발산된 가스는 불꽃으로 타고,
날개와 옷, 육체까지도 주었다:
움직이는 형태,
감동적인 형태.
그것은 빨리 일어났다.
단지 그 머리만이 단단한 실체와의 접촉으로 불붙을 수 있고,
- 그리고 그때 출발 신호 총소리 같은 소리가 난다.
그러나 일단 붙으면
불꽃은
- 직선으로 재빨리, 그리고 경주용 배처럼 돛을 숙이며 -
작은 나무 조각 위를 달린다.
가까스로 뱃머리를 틀자마자
마침내 그것은
사제처럼 검게 된다.
-전문, 『일요일 또는 예술가』(솔, 1995, 50~78쪽)
▶ 사물의 시학_책상, 의자, 돌, 성냥, 팽이를 중심으로(발췌)_ 장석주
퐁주는 '성냥'에서 시작된 물질성에 대한 순수한 몽상을 보여준다. 그 몽상에 따르면 "불은 성냥에게 육체를 만들어준다." '성냥'은 인화성 물질이다. '성냥'은 마찰의 찰나 불로 변신해서 타오를 때 "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를/ 가진 살아 있는 육체."로 활기를 얻는다. 퐁주는 그 살아 있는 육체가 직선으로 움직이는 동작에 형태와 윤곽을 부여한다. 성냥에서 발화된 불은 "날개와 옷, 육체"을 얻어 타오르며 "움직이는 형태,/ 감동적인 형태"를 이루고 번성한다. 불의 움직임은 매우 공격적이고 빠르다. 그것은 "직선으로 재빨리, 그리고 경주용 배처럼 돛을 숙이며", "작은 나무 조각 위를 달린다." 불은 작은 발화점에서 시작해 그 규모를 키우고 가연성 물질을 거머쥐고 태워 무로 환원시킨다. 불은 성냥이 품은 잠재적 에너지이다. 시인은 성냥이 품은 사물의 변횽을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투시하고 그것을 밖으로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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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표현』2018-5월호 <기획 특집_사물과 상상력>에서
* 장석주/ 197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1979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몽해항로』외, 평론집 『시적 순간』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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