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_네팔>
역설
기타 트리파티(Githa Tripathee)/ 유정이 譯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떨어진 꽃병을 집어 들어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두어야 할지
당연하게도
이것은 신뢰의 추락에 대한 연속적 반응이다
다시 집어 들기에는 너무 무겁다
이 꽃병에서
오늘, 한 시대가 없어졌다
나는 들은 것도 같다
꽃병 안의 흙에서
무수한 어머니들의 울부짖음
나는 꽃병의 조각 하나하나를 볼 수 있다
이 모든 창조물 중에서 가장 못생긴 얼굴을
뜻밖의 죽음을 애도한다
천 명의 태아
나는 노란 황혼을 태우고 있다
그 꽃병 안에서
우리의 시간은 정지해 있는 것 같다
이 노란 색의 중간 시간
빛과 어둠 사이에
피에 젖은 상처들 사이에서 꽃이 피었다
믿음과 희망과는 반대로
역설적으로
이 꽃병이 떨어지는 것은
이 꽃들을 으깨는 것은
단지 꽃병과 꽃이 없어지는 것만이 아니다
-전문-
* 기타 트리파티(Githa Tripathee)/ 1972년 카브레 지구 카렐톡 1번지(Kharelthok -1, Kavre District)에서 태어났다. 현재 네팔 발루와타(Baluwatar)에 살고 있다. 시인, 작사가, 수필가, 비평가이며 트리파티는 트리부반(Tribhuvan)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친다. 시, 수필, 문예비평을 담은 몇 권의 책을 발간하였다. 여성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사회의 하위 계층의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중한 단어 선택을 통해 정의를 추구하는 등 사랑의 감정과 인간사회의 휴머니즘 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인 담화, 환경적인 문제 그리고 관계된 가족적인 주제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략…) 시 「역설」은 꽃병의 넘어짐, 흙의 엎지름, 그리고 꽃병이 셀 수 없이 조각나는 상상을 통해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세계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꽃병을 가치와 윤리가 가득한 사회의 한 예로 받아들임으로써 시인은 그것의 하락을 상상한다. 여기서 꽃병으로 상징된 어떤 것이 산산조각이 난다면, 그것은 많은 것들의 파손으로 이어질 것이다. 부서진 더미 가운데서 시인은 무수한 태아의 죽음을 애도하는 고함 소리 외에도 수많은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엄마들의 통곡 소리를 듣는다. 그녀가 그러한 파손에 대해 상상하는 시간은 곧 닥칠 어둠에 저항하기 위해 노란 불꽃을 피우는 황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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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 2018.3-4월호 <해외시|네팔의 3人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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