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할머니 마중
박선영
할머니 밭에 갔는데
우산도 없이 갔는데
지붕을 뚫을 듯 비가 와요
오빠와 나는 하느만 쳐다봐요
할머니 보고 싶어 우는 내게
토란잎 우산 쓰고
마중 가재요
다리에 흙탕물이 대롱대롱
개울 넘어 첨벙청벙
두 손 꼭 잡고
할머니 마중가요
-전문-
▣ 결핍 극복의 의지와 상상력의 힘/ 동심적 상상력의 발현과 휴머니즘(발췌)_강경호/ 문학평론가
작품의 배경은 시골이다. 할머니가 밭에 일하러 가셨는데 비가 내리자 시적 화자는 오빠와 함께 비 맞고 계실 할머니 생각을 한다. "지붕을 뚫을 듯 비가" 내리자 "오빠와 나는 하늘만 쳐다"본다. 나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 우는데 오빠가 토란잎을 우산으로 삼아 할머니 마중 가자고 한다. 지붕을 뚫을 듯 내리는 비는 여름날 순식간에 쏟아지는 소나기였는가 보다. "다리에 흙탕물이 대롱대롱"하는데 개울 넘어 첨벙첨벙 빗속을 가고 있다. 비가 쏟아지자 토란잎을 우산 삼아 어린 남매가 두 손을 꼭 잡고 밭에 나간 할머니 마중을 가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장차 나라의 기둥이 될 어린이들의 인정 어린 마음으로 곱게 자라는 모습이 아름답다. 동심의 순수와 인간에 대한 천진무구한 사랑의 깊이가 온몸에 다가온다. (p. 시 348/ 론 34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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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호_평론집 『서정의 양식과 흔들리는 풍경』에서/ 2022. 9. 30. <시와사람> 펴냄
* 강경호/ 1992년『문학세계』로 평론 부문 & 1997년『현대시학』으로 시 부문 등단, 문학평론집『휴머니즘 구현의 미학』『서정의 양식과 흔들리는 풍경』『문학과 미술의 만남』『미술의 상상력을 통한 시적 발화』외, 미술평론집『영혼과 형식』, 연구서『최석두 시 연구』, 시집『언제나 그리운 메아리』『알타미라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함부로 성호를 긋다』『휘파람을 부는 개』『잘못든 새가 길을 낸다』, 소리를 주제로 한 에세이집『내 마음의 소리』, 기행 에세이집『다시, 화순에 가고 싶다』『역사와 생명의 고을, 무안』『화순누정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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