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아버지/ 유금옥

검지 정숙자 2023. 10. 1. 15:49

<동시>

 

    아버지

 

     유금옥

 

 

  학교 가는 길에

  하느님을 보았다

 

  멀리, 9층 아파트 지붕 꼭대기에서

  하늘을 파랗게 칠하고 계셨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보니

  아직, 가파른 아파트 벽을 칠하고 계셨다

 

  하느님은 흰 구름을 타고

 

  파란 하늘을 둥둥 떠다니며

  일하시는 줄 알았는데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페인트칠을 다 마치고는

 

  벌벌벌벌··· 떨면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새벽에 일하러 나가신 아버지였다

     -전문(p.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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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P. S』 2023년-가을(3)호 <P.S 동시> 에서

  * 유금옥/ 2004년 『현대시학』으로 시 부문 &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등단, 시집 『줄무늬 바지를 입은 하느님』, 동시집 『전교생이 열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