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일러스트 : 강한별(그림은 책에서 감상 要)>
그리운 호랑이
강나루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우리나라 산에서 살던
호랑이
나뭇꾼이 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 잡아먹히려 하자
아이고, 우리 형님
오래 전에 아들 잃고 누운 어머니가
꿈에도 그리웠던 형님,
어서 어머니 눈 빠지게 기다리시는
집으로 가요
어리둥절한 덩치 큰 호랑이
등에 나뭇꾼 태우고
한달음에 집에 가니
아이고 내 아들, 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대성통곡을 하시자
날마다 토끼며 노루를 잡아와
효도했다는
동물원에 갇혀 기가 죽은
멸종 위기의 백두산 호랑이
용맹하지만
곶감을 제일 무서워 했다는
그 호랑이들,
모두 어디로 갔나.
-전문-
해설> 한 문장: 「그리운 호랑이」는 동화적 상상력이 바탕이 되어 시상을 전개한 작품이다. 동화는 인간 정신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지닌 무한한 우주다. 이 상상력의 세계를 통해 인간은 자아와 우주를 넘나들고 하나로 통합되기도 한다. 자아와 우주는 비밀로 가득 차 있다. 그 하나하나 탐색 여행은 즐겁고 신비롭다. 상상력의 공간은 선험적인 순수직관과 경험적인 감각세계가 만나 서정 주체의 내면 속에 이루어지는 정서적 경험 즉 미적 정서로서의 내면에 떠오르는 하나의 우주적 형태와 만나는 데서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 흥미로운 장면이 보여주는 강렬한 이미지와 서사를 통해 우주적 사건을 체험함으로써 정신의 풍요로움을 맛보게 된다. 바슐라르는 이러한 이미지의 떠오름을 '정신의 융기'로 보았다. 가변적인 수평적 공간과 존재의 심화에 이르게 하는 수직적 공간을 각각 형성하는 데서 오는 놀라운 암시와 의미를 가치로 삼는 것이다. 유년 시절의 꿈을 재생해내고자 하는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다. 아버지, 할머니에게서 어린 날 들었던 전래동화는 두고두고 문학적 자양으로 남게 된다. 동화적 환상을 통해 존재의 확대를 끊임없이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성장기에 접하는 동화의 가치는 그들의 포괄적 영혼을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 호랑이들/ 모두 어디로 갔나'에 나타난 화자의 심리는 잃어버린 환상의 공간을 복원하려는 현실적 동심의 갈망에 다름 아니다. 환상이 주는 행복의 필요조건을 채우고자 함이다. 문학적 상상력이 주는 가능성과 성장은 일정한 기간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일생을 통해 긍정적 감정의 에너지로 작용하면서 확대된 삶의 동력이자 삶을 추동해나가는 힘이란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p. 시 24-25/ 론 119-120) (윤삼현/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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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시집 『백화점에 여우가 나타났어요』에서/ 2022. 8. 30. <시와사람> 펴냄
* 강나루/ 1989년 서울 출생, 2020년『아동문학세상』으로 동시 부문 & 2020년『에세이스트』로 수필 부문 & 2020년 『시와사람』으로 시 부문 등단, 시집『감자가 눈을 뜰 때』, 에세이집『낮은 대문이 내게 건네는 말』, 연구서『휴머니즘과 자연의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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