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령사 터 오백 나한
박영식
인간이 인간에게 차마 해서는 안 될
억압과 핍박 피해 숨어든 첩첩산중
방화에 목까지 치며 생장生葬 됐던 현장이
땅속에 묻혀서도 그날을 증언하려
웃음을 잃지 않은 한 고을 일가친척
오백이 넘는 세월을 등 토닥여 견뎠을
할머이 아지미요 걸친 옷 안 춥던교
산나물 감자로도 다숩던 인정인데
하늘 땅 두려움 모른 선을 그은 무리들
많이도 늦었지만 세상 밖 나온 오늘
불빛이 가시 되어 분간 못 한 앞이지만
그 참됨 반석에 올라 훼불毁佛 되려 눈부신
-전문(p.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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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통영문학상 수상작품집』역대수상자 작품_에서/ 2021. 10. 15. <도서출판 경남> 펴냄
* 박영식(2016년 김상옥시조문학상 수상)/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조문학』 2회 추천완료. 시조집『편편산조』『백자를 곁에 두고』『굽다리접시』등, 서재 <푸른 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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