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파도의 레이스/ 박현솔

검지 정숙자 2022. 7. 15. 01:47

 

    파도의 레이스

 

    박현솔

 

 

  오래전에 당신을 만났을 때에는

  열정이 당신을 끌고 가는 듯했지만

  오늘 당신은 고요가 가득해 보여요

  이제 당신은 홀로 나부끼지 않고

  도에 가닿은 흉내를 내지도 않고

  풍경 속에 녹아들 줄 아는 여유가 생긴 듯해요

  당신에게서 모든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같고

  모든 풍경이 풀어져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는 동안

  큰 산을 보려고 허리가 다 젖혀졌고

  넓은 바다를 품으려 가슴이 다 벌어졌지요

  파도의 주름을 느슨하게 잡으며

  먼바다를 향해 낚싯줄을 던지는 사람

  낚싯줄에 걸린 것은 물고기도

  물을 향한 욕심도 아닌

  일렁임만으로 충분한 바다의 시간이에요

     -전문(p. 267)

   

   * 에스프리; 나의시_박현솔>에서 한 구절/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과 낯선 사물들이 제 존재의 의미대로 서 있다" (p.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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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획/ 문학과 사람이 선정한 한국 유수의 시인들, 詩와 에스프리

      『내   2022. 6. 10. 초판 1쇄 <문학과 사람> 발행

   * 박현솔/ 1999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 2001년『현대시』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시집『달의 영토』『해바라기 신화』『번개와 벼락의 춤을 보았다』, 시론집『한국 현대시의 극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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