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대나무 꽃/ 임애월

검지 정숙자 2022. 7. 14. 02:46

 

    대나무 꽃

 

    임애월

 

 

  대나무가 벼과라는 걸

  우연히 알았다

  하늘로 가는 가장 정직한 거리

  직립의 길을 선택한 그의 의지가

  육십갑자의 시간 속에서

  가볍게 부풀어 오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부서지던 생의 조각들

  게워내고 비워버린 제 속살들은

  어디쯤서 포만의 게으름을 좇고 있을까

  마지막 공명共鳴으로 밀어올린 한 생애의 방점

  딱 한번 피워 올린 꽃이여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의 꿋꿋함이여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땅 속 어둠을 거머쥐었던 단단한 발톱 끝에

  비로소 어린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

    -전문(p. 261)

   

   * 에스프리; 나의시_김나영>에서 한 구절/ "시 쓰기는/ 마음속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일" (p.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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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획/ 문학과 사람이 선정한 한국 유수의 시인들, 詩와 에스프리

  『내   2022. 6. 10. 초판 1쇄 <문학과 사람> 발행

  * 임애월/ 1998년『한국시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그리운 것들은 강 건너에 있다』등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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