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에서 읽은 시

금가락지/ 이시훈

검지 정숙자 2022. 7. 16. 01:40

 

    금가락지

 

    이시훈

 

 

  어머니는 딸에게 금가락지 하나를 남기셨네

  가끔씩 바라보며 기억하라고,

  오래 끼다보니 조금씩 닳아가는 금처럼

  기억도 흐려져 가지만

  어머니는 늘 웃고 있다.

  딸 얼굴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아픈 것도 잊고 환해지는 눈빛.

 

  나 떠나기 전에 무엇을 남겨야 할까.

  닳지 않는 건 마음뿐이라

  남길 것은 애달픈 마음 하나뿐이라

  무엇에 담아야 할지 너무 크거나 작구나.

 

  파란 하늘을 보면 내가 웃는 것이려니

  비가 오면 나의 눈물이거니

  딸아 눈과 귀를 열어두렴.

 

  삶은 언제나 목마르고 허기진 긴 산책이었으니

  보이는 것도 만지는 것도 내 것이 아니었고

  치열한 고통만이 내 몫이었다.

 

  어머니는 언젠가부터 햇빛에서 조금씩

  금가루를 훔쳐내었다.

 

  가슴 깊이 숨겨 두었던 금가루를

  밤마다 손바닥으로 비비고 비벼서

  가락지를 만드는 데 한평생을 보냈다.

 

  그 가락지 하나 딸에게 남겨주기 위해.

      -전문(p. 276-277)

   

   * 에스프리; 나의 시_이시훈>에서 한 구절/ "글 쓰기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우연히 시작돤 하나의 동작이었다" (p.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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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획/ 문학과 사람이 선정한 한국 유수의 시인들, 詩와 에스프리

      『내   2022. 6. 10. 초판 1쇄 <문학과 사람> 발행

   * 이시훈/ 2000『다층』으로 등단, 시집『누드를 그리다』『꽃에 대한 시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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