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은수

검지 정숙자 2024. 7. 10. 00:53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은수

 

 

  빨강의 유혹은 설렌다. 상자 안의 붉은 하트가 용수철로 튀어나오듯 

  욕망이 터진다. 자바섬에 있는 태평양 몰에는 산타와 순록이 뜨거운 하늘을 날고

  매직 트리가 반짝인다. 스키가 허깨비처럼 서 있는 집. 스티로폼 눈이 대롱거리는

  쇼윈도에 가짜 크리스마스 영광이 꿈틀댄다.

  달콤한 캐롤을 들으며 노상의 리어카들에는 하얀 플라스틱 위 나시고랭이 휘휘거리고 망고 주스가 늙어가는 옆에서 꼬치들이 연기를 피우며 익어가고 있다.

  맨발로 도로 웅덩이 물을 철벅이며 아이들은 주머니의 동전을 세어본다.

  까만 분꽃 씨 같은 눈동자가 세상을 눈치채며 말한다. 절묘하게 스키가 산 위에서

  내려오는 설산에 갈 거야. 어디로 가는 거니? 땅에 평화는 서슴없이 속내를 밤새 드러내고 눈부신 허상을 쏟아낸다. 성탄이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전문(p.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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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층』 2024-여름(102)호 <다층 시단> 에서

 * 이은수/ 2011년『아동문예』로 동시 부문 등단,  2021년 『미네르바』로 시 부문 등단, 동시집『코끼리를 타고 바다를 달리면』, 시집『링크를 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