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저자
김화순
패션의 완성은 멋진 신발이라면서
그 안의 발은 제대로 챙겨준 적 없지
나의 부속으로 살아온 너는
늘 나를 눈부신 곳으로 데려가곤 했는데
얼마나 오래 참고 걸어온 걸까
골퍼의 볼품없는 발이나 발레리나의 끔찍한 발가락은
무대에서 꽃으로 피어날 때 숨죽이고 있었지
가끔 통증으로 말 걸어오는 너는
달의 뒷면처럼 묵묵히 나의 앞길을 비춰주었지
내가 이룬 모든 것은 너와의 협업
환한 웃음 뒤에는 고독한 너의 행보가 있지
나는 네가 써 내려간 기억의 변천사
너는 내 책의 공동저자야
-전문(p. 95)
-----------------------
* 『다층』 2024-여름(102)호 <다층 시단> 에서
* 김화순/ 2004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시집『구름출판사』『시간의 푸른 독』『사랑은 바닥을 쳤다』, 저서『현실 체험시의 이론과 가능성』외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방의 진화/ 최규리 (0) | 2024.07.10 |
---|---|
지금, 베를린/ 정선 (0) | 2024.07.10 |
대나무/ 조서정 (0) | 2024.07.09 |
공우림(空友林)의 노래 · 54/ 정숙자 (0) | 2024.07.09 |
수도암 별사/ 이상구 (0) | 2024.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