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의 노래 지연희/ 시인 · 수필가 땅속 깊은 어둠 속에는 생명의 씨앗들이 흙에 묻혀 움츠린 몸을 조금씩 가다듬어 대지를 뚫고 빛의 세상에 솟아오르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지난한 용기와 결단을 세워보지만 가느다란 숨쉬기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 철옹성 같은 단단한 마른땅을 딛고 오르는 결사의 힘을 키우기 위해 생명의 씨앗들은 손톱 끝으로 땅을 파고 어둠의 늪에서 탈출하려 한다. 내 몸 안 깊이 존귀한 생명을 부여해 준 어버이가 걸었던 기억의 흔적을 더듬어 헤쳐나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햇살의 살결이 곱다. 따사롭고 온유하다. 아니 눈부시기까지 한 햇살 한 모금 마시기 위해 슬그머니 눈을 떠 본다. 가슴에 향기로운 꽃향기가 스며드는 느낌이다. 손끝에 닿는 햇살의 온도가 ..